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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리와의 사이가 서먹하다. 만나온 근 5개월 동안 이렇다하게 싸울 일도 없었고, 서로 소원해 질만큼 떨어져 있었던것도 아닌데 어느 기점부터 서로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나는 그런 얘길 직접 해본적은 없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면 보리가 말을 꺼낸다. 우리 어째 좀 이상한거 같다고. 딱히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어서 최근 우리가 일에 시달려서 피곤해서 그러려니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 나처럼 어쩌면 보리도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어쩌면, 만약에, 하고 조심스럽게 이별을 직감하고 있는건 아닐까?
어색해진 사이를 회복해보려는 시도였을까, 오늘 아침엔 보리가 내가 몇일 전 과일좀 먹으라며 사준 포도를 가지고 와 함께 먹고 출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제 회식이었던 보리는 밤사이 연락도 잘 안 되고, 어쩐지 귀찮아하는 느낌이 역력해서 그냥 잠을 청했다. 꿈자리는 뒤숭숭 했고, 아침부터 기분은 좋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보리는 나를 데릴러 오기로 한것조차 까먹은듯 했다. 어제 늦게까지 회식하는것을 봤을 때부터 이렇게 되리라 짐작하긴 했지만. 화가 나지 않는 내가 더 이상하다. 왜 이렇게 무심해졌을까?
이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까지 이별의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여러가지들 - 너무 의지하거나, 서운함을 드러내거나,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등등 - 은 되도록 피하고, 건강한 만남을 가지기 위해 애썼다. 나보다는 보리가 더 노력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보리가 지금 나의 사수와 잠깐이나마 교재 했었다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헌데 왜?
왜? 곰곰 생각해도 이유가 없다는 건, 순수히 마음의 문제인걸까. 이렇게 또 멀어져가기만 하는걸까. 노력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어제는 짜증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퇴근 할 때즈음 상사는 이상한 번역 일을 시켜 예정에 없던 야근을 하게 되었고. 집 앞에 놀러온 선배는 차 사고가 났고. 내가 주차할때 옆에서 훈수를 둬서 그렇다며 마구 신경질을 부렸다. 집에 와선 술 기운에 금방 잠이 들었고 밤 사이 악몽을 꾼 듯 아침이 개운하지 않다.
언젠가 보리에게 물었다. 마음이 변해서 헤어짐을 말 할때에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간 나의 이별은 너무 어려웠기에 미리 답을 가지고 싶었던걸까. 하지만 적어도 이별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변한게 아니라고 믿거나, 혹은 변한 마음을 감춰 보더라도 이렇게 만나면서 더 노력해야 하는거겠지. 마음의 문제 라는건 서로 얽히고 얽혀 있어서 어쩌면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꼭꼭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건강해지려 노력해야지. 나를 위해서, 또 나의 보리를 위해서.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보고싶어지는 보리 - 김훈의 소설 '개'의 주인공 개 이름으로, 내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시골 개처럼 순수하고 영민하며, 열받치면 솔직하게 으르릉 거리고 뒤끝이 없는 나의 보리. 이런 생각을 해서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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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을 변호하려 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더 초라해진다. 나도 쉽게 이해되는 사람이 되고싶어. 보편적인 삶을 살고싶어. 이제 그런 질문들은 그만 받고싶어. 하지만 알고보면 자문자답이야. 애처로운 나 혼자만의 독백. 그래도 누군가는 나의 생각과 생활 방식을 궁금해 한다는걸, 또 존중해주려 한다는걸 위안으로 삼아도 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고 이야기한 날이면 으레 이렇게 허전한 마음이 된다.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는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뒤돌아서 찜찜한 이 마음의 기저를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아직 스스로가 납득 할만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 그래도 제이와 이야기한 날이면 마음이 편안하다. 오해석될 여지가 많은 나의 서투른 말들도 모나지 않게 받아들여줄거라는 믿음이 있달까. 매번 분당으로 부르긴 미안하지만, 가끔 속이 답답 할때는 제이를 불러다가 실컷 떠드는게 날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이다. 오늘 제이가 빌려준 1Q84를 집에 와서 조금 읽다가 포기했다. 하루키, 이제 못 읽겠네.
***

지난 겨울 다니던 도서관. 매번 같은 자리에 앉았더랬다. 점심을 먹고 들어와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볕에 칫솔을 살균했다. 가끔 그 자리가 생각난다. 햇빛 한 줄기 안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을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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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 남은 만두를 거부하고 있을때, 빅맥 하나를 다 먹고 일인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당신도 0.6인이에요?
그가 온전히 자신이 일구어왔다고 여기며 자랑스럽게 여길 그의 삶과, 온전히 내것은 아니었다고 부정하는 나의 삶이 부대끼고 부딪힘을 느낀다. 그 어느 누가 자신의 삶의 부분들을 전적으로 선택해나가며 살수 있겠냐만은, 여전히 이 비자발적인 삶-처음엔 타의에 의해, 지금은 자의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에 대한 열등 의식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나는 60% 인간. 하지만 비교 하려거든, 책임을 물으려거든 동등한 조건에서 하시라. 문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비겁하게 스스로의 삶에서 발을 빼려는 수작이다.
아, 나 이젠 이렇게 열등 의식을 느끼긴 싫어. 잘난 사람은 그냥 좋아해버릴래, 하며 잘 자란 사람들을 볼때 느끼던 열등감을 좀 더 건전한 감정으로 대치 시켰을 뿐, 난 여전히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거라고 담담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때로 내 삶에 부끄러워 하며, 다른 사람들이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각자 다른 삶 속에서, 다른 몫의 부끄러움을 짊어지고 조금은 무게감 있게 살아나가길, 나는 바라는 것이다. 가진 자로서 부채 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고마움이라도 느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을 보편적인 기준에 놓고 그에 미치지 못함을 비난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출발선부터 다른 경기에서 이겼다고 우쭐할 필요도, 졌다고 낙담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조금 앞서 출발했음에도 성과가 좋지 않다면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나는 그다지 부족한 사람은 아니고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수혜 받은 축에 속한다는 나의 배경이, 그러나 그만큼의 몫을 해나가지 못함이 부끄럽다. 주어진 자원은 충분해 보이는데 결과물은 빈곤하다. 실상 그 주어진 자원이 그다지 충분한게 아니었다고, 심적 부담감만 가중 시켰다고 변명 하고싶지만 누가 물어보기를 하나, 들어주기를 하나. 스스로의 열등감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며 더욱 초라해지는 꼴이니 그냥 입을 다물고 발길이나 재촉해야 한다.
인생은 깨도 깨도 더 큰 괴물이 나타나는 게임처럼 끊임 없이 내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변서까지 이 일을 해야할까?' 얼핏 이타적이어 보이는 이 질문 속에도 도망가고싶은 겁 많은 내면이 숨겨져 있다.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일들도 나의 삶이었고, 결국 책임은 내가 져야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제발 나를 휘두르지 말라고 밖으로 외치던 목소리가, 제발 휘둘리지 말라고 안으로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빅맥 따위 다 먹어내지 못해도 좋아. 스스로가 정한 몫을 짊어지고 갈거라고.
Dedicated to my 사수
* 나의 허물을 들춰준 덕분에 난 허물을 벗게 되었으니 당신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 언젠가, 정말 허물 없이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그땐 내가 그대의 허물을 벗길 수 있을텐데. (상황을 좀 역전 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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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기울기의 반비례 그레프를 그려왔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일치하는 순간이 오겠지. 언제까지 내가 가진 배터리를 소모하며 살아야 하는걸까? 자가 발전을 찾아야 한다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다가설 수 있는 좌표를 찾아 그 곳에 머무르겠다던 나는 계속 배터리만 축내고 있다.
주말이면 충전해야 할게 잔뜩 있는데 방해를 받았다. 3주 전부터 친하지 않던 동기 한 명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고모가 마사지 샵을 오픈했다고 토, 일 주말 동안 같이 마사지를 받아보자는 거였다. 공짜 마사지라니 얼씨구나 하고 어제 따라가보니 다단계 업체였다. 주말인데 늦잠도 못자고 9시까지 나가서 뒷통수를 맞고 오니 하루 종일 피곤하더라. 단호히 거절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얘기좀 하자는 동기를 내버려두고 갈수가 없어 두 시간쯤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간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힘들었던 일들과, 이 일이 자기에게 희망이 되었다는 얘기들을 듣고 조금 마음이 약해져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자꾸 떠오르고 생각 할수록 더 화가나 단걸 먹어야 했고 낮잠까지 자야했다. 빼앗긴 시간과 늘어난 지방을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나!
마사지 때문에 토, 일 주말을 모두 비워놨는데 딱히 다시 약속을 잡아 나가고싶은 기분도 아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공원에서 마시려고 사놓은 남아공 와인이랑 같이 실컷 뒹굴어야지. 계획대로 된게 아무것도 없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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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했고 산업 심리, 조직 심리 등 인사 관련 전공 수업을 몇 개 들었지만 정확히 HR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더욱이 나같은 초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내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HR의 업무들ㅡ채용에서부터 배치, 교육, 피드백, 퇴직 등등 한 명의 직원이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워킹 플랜을 디자인하는ㅡ을 당장 내가 할거란 기대는 안 했다. 단지 큰 흐름 속에 내가 어느 부분인지는 정확히 알고싶었고 이 직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몹시 마음에 든다. 아직은 내가 시야가 좁아 주어진 일만 하기도 바쁘지만, 점점 더 흥미로워질거라고 기대한다.
일 주일 동안 내가 한 일은 채용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 그리고 면접 어레인지부터 합격자 발표까지였다. 이후에 필요한 서류까지 내가 맡아서 마무리지을 것 같다. HR 중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일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내겐 힘들다. 중간중간 맥락을 놓쳐서 버벅거리다가 별것도 아닌 일에 시간을 소모해서 속이 상했다. 평소 꼼꼼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여지 없이 드러났다. 작성한 엑셀 파일에는 이런저런 실수들이 ㅠㅠ. 서울 시립대와 서울 산업대와 서울대의 영문 표기가 나는 몹시 헷갈렸다. 나만 몰랐던게 아니라는 위안이 필요해서 친구들을 만나면 한 번 물어볼 생각이다. 사실 더 큰 잘못은 몰랐다는 것보다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고 기재했다는 것에 있지만;
지금까지 한 일들이 특별한 스킬을 요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수하지 않도록 무척이나 조심하고 있고(그래도 실수한다) 그때문에 각성된 상태에 있다. 내가 잘못 적은 사항들 때문에 한 사람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일은 두 번째 면접을 위해 노보텔에 간다. 평소엔 편하게 입어도 되지만 이런 날은 정장을 입어야 한다. 엄마가 잘 다려주신 정장을 걸어 놓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하네! 내가 면접에 참관하는건 아니고 옆 방에 앉아 면접자들을 안내하고 면접비를 주는 등의 일들을 한다. 내가 면접 봤던 곳을 셋팅하는데 감회가 남달랐다. 그때 내가 이곳에 다시 오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저번 1차 면접때 노보텔 뷔페 페스티발에 갔는데 다른 음식들 모두 맛있었지만 케익이 정말... 평소 버릇대로 신음소리 낼 뻔한거 간신히 참았다. 또 먹고싶지만 이번엔 안 사주시겠지? 히히; 호텔에서의 일은 그래도 조금 덜 피곤했는데 글쎄 내일은 모르겠다. 회사 노트북을 챙겨 가야하고 아마도 앉아서 또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몇 일 안 있었지만 산 넘어 산 이다. 그리고 난 그게 좋다. 일이 익숙해지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며 스스로가 나태해지는 꼴이 보기 싫다. 배우는 자세로, 끊임 없는 관심과 열정을 쏟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이상하네! 나 원래 이런 마인드의 사람은 아니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가 변하는걸 느낀다. 앞으로 1년. 꽉 찬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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